이 책과 관련해서는 짤막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다.
나는 본디 책과 거리가 멀어 난독이 있다 자신하며 허송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성인이 되지 못한 나는 군에 들어가 무한한 시간을 경험했다.
마치 버튼을 누르면 전혀다른 시공간 속에 10억년의 시간을 살게 되지만 10억년 후에는 그곳을 나와 현재로 회기하는데 기억은 전혀 없이 손에 5억원이 쥐어진다는 재미난 발상처럼 말이다. 자의로 버튼을 누른 것은 아니지만 정말 실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그래 마치 데자뷰같다.
어찌됐건 나는 그 무한한 시간 속, 처음으로 자의로 종이뭉치를 집어들었다. 그렇다. 책 말이다.
한참 동안이나 연기에 빠져있어 배우라는 직업이 탐스러웠던 것으로 시작해 나는 스타니랍스키의 배우 수업이라는 책을 막사로 들여왔다. 그렇게 한장 두장 넘기다 보니 역시 이론보다 실전이라 대본이 필요하던 찰나에 생활관 도서관에서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를 발견했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이 그렇게 유명한 작품인지는 완독 후 부모님께 들어 알게됐다.
그렇게 신난 마음으로 방으로 들고와서는 티론을 흉내내기도, 마치 ‘다만악’에서 트렌스젠더를 연기한 박정민 배우님처럼 ‘훌륭한 배우라면..’ 이라는 가정을 마구 갖다붙이며 메리를 따라하기도 했다.
재미없었다.
그 길로 배우라는 꿈은 단칼에 끊어졌고, 밤으로의 긴 여로는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되었다.
지난 몇달간 책의 손을 잡고, 얼굴을 어루만지는 사이 과거 내가 버렸던 이 녀석이 생각이나 슬쩍 꺼내보았다. 보는 내내 찜찜하고도 음산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숨죽이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유진 글래드스톤 오닐(Eugene Gladstone O’Neil)은 현대 미국 문학의 토대와 기반을 닦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영문학에서 입지가 높은 작가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고 ‘지평선 너머‘, ‘안나 크리스티‘, ’이상한 막간극‘, ’밤으로의 긴 여로‘ 를 통해 도합 네번의 퓰리처 상 수상을 거머쥔 인물이다.
내가 대화하고 있는 이 거작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진 오닐의 자전적 소설이다.
책을 덮으며 책과 관련된 서사, 여담, 가십거리, 역사 등을 찾아보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편인데(과몰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소설의 내용과 그의 일생을 등장인물의 이름, 조금 다른 배경 혹은 상황 외에는 매우 흡사하다.
내 마음에 들어왔던 대목들과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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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 과거는 바로 현재예요, 안 그래요? 미래이기도 하고.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 애써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인생은 그걸 용납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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